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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라이더 재킷이란 대체 무엇인가

by macrostar 2017.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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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몇 시간 정도 돌아다녔는데 라이더 재킷을 입은 사람을 굉장히 많이 봤다. 유니클로 같은 데서도 나오는 데 몇 년 째 나오면서 합성 가죽의 질이 미묘하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진짜 가죽 같아 졌다기 보다는 부자연스럽고 뭔가 비현실적이었던 광택과 질감이 이 세상 물건 같은 느낌이 나게 되었다는 뜻이다. 



사진은 유니클로.

 

물론 어제 지나가다가 본 라이더 재킷 중에 리얼 가죽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보기에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어제처럼 빛이 좋은 날에는 금방 알 수 있다. 어쨌든 어제는 토요일이었고 요새 같이 날씨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볍고 예쁜 옷차림 위에 합성 가죽의 알맞은 방풍 효과에 폴리에스터가 채워진 라이닝이 붙어 있는 이 옷은 살짝 걸치기 딱 적합한 아이템인 건 분명하다.


보통 위 사진처럼 대각선 지퍼가 달려있는 라이더 재킷을 비롯해 일자형 지퍼에 낮은 카라, 일자형 지퍼에 평범한 카라 이렇게 세 가지 정도의 라이더 재킷이 있다. 모두 족보가 있는 옷들로 예컨대 쇼트의 651, ATV101 같은 옷들이 조상이다. 올 세인츠를 비롯해 이걸 패셔너블하게 만든 옷들도 있고 이렇게 페이크 레더로 만든 옷들도 있다.


애초의 내 생각은 이건 대체재다. 즉 가죽은 비싸고 그러니 대신 페이크 레더를 산다. 맨 처음 말한 "부자연스러움", "광택과 질감"도 결국 원본인 가죽을 상정하며 하는 말이다. 하지만 어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가죽은 비싸고, 무겁고, 관리도 힘들다. 비싼 만큼 오랜 시절 버티며 경년 변화가 일어나고 분명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페이딩은 이제 멋져졌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 버릴 때가 되었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하튼 이런 모든 게 다 올드 스타일의 시각이다. 


굳이 가죽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저 페이크 레더 라이더 재킷은 실용적이고 관리도 쉽고 저렴하다. 유니클로의 경우 정가가 49900이고 종종 할인도 한다. 환절기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고 막 입어도 되지만 또 입고 있는 약간 드레시한 옷과 갭을 만들거나 혹은 아예 라이더 풍으로 입거나 할 때 패셔너블하게 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어떤 동물도 희생되지 않았고 고통 받지 않았다. 광택과 질감이 다르다는 게 문제인데 여기에서 "다르다"는 광택과 질감은 저 옷은 원래 오일을 먹인 가죽으로 만든다라는 가정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 뿐이다.


기원을 생각해 보면 애초에 가죽 라이더 재킷은 오토바이 타면 바람을 엄청 맞으니까 체온을 유지하고 혹시 넘어지면 조금이라도 다치지 말라고 입는 옷이다. 맨 위 사진의 옷은 하루에도 일교차가 엄청난 환절기에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고 편하게 가지고 다니라고 하는 옷이다. 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다른 기능성을 위해 사용되는 옷은 많다. 그 원본이 가죽이라고 해서 다르게 취급될 이유는 없다. 환절기 아우터로서 페이크 레더 재킷이라는 물건은 저런 광택과 저런 질감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다.


그리고 쇼트의 라이더 재킷이 오토바이 타는 사람만 입는 시절은 1960년대 쯤에 이미 지나간 것도 사실이다. 또한 오토바이를 타지 않더라도 넘어지면 몸이 보호된다든가, 지하철을 타러 가는 데도 에베레스트에서도 버틸 만큼 체온을 유지하는 아우터라든가 하는 잉여의 과기능은 최근들어서 패셔너블의 일부가 되어있기도 한다. 꼭 섬유가 뭐라는 소재가 뭐라는 태그 말고도 대체품은 내기 어려운 특유의 광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폴라텍 플리스와 유니클로 플리스의 광택 차이가 거슬린다면 그게 패셔너블하게 사용된다고 할 지라도 누군가 원본의 광택과 질감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다. 많은 이들이 가죽과 페이크 가죽의 차이가 거슬린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너무 가짜 같아서 좀 그렇다라고 말하는 건 가죽을 보고 경험하고 차이에 대해 느껴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감은 변화하고 어떤 종류에 경험치를 많이 가지게 될 것인가 하는 것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결국 머리 속 기본 세팅을 바꾸고 시각을 돌려서 보면 뭔가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튼 딱히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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