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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엔지니어 부츠의 엔지니어는 누구인가

by macrostar 201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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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그냥 저렇게 생긴 건 엔지니어 부츠...라고 생각만 하고 살았는데(그다지 선호하는 생김새는 아니다) 저 엔지니어가 무슨 엔지니어일까, 공학자? 공병? 아니면 혹시 에일리언의 그놈들?...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찾아봤다. 혹시 엔지니어 부츠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분들도 아래처럼 생긴 부츠를 본 적은 있을 거다.



웨스트 코스트 슈 컴패니, 웨스코의 엔지니어 부츠. 보통 오일을 먹인(너무 두꺼우니까 부드러워지라고) 두꺼운 가죽을 사용해 만들고 기본은 블랙이다. 보다시피 가장 큰 특징은 높이가 있고, 끈이 없고, 스트랩에 버클이 붙어 있다는 것.


이 부츠의 프로토타입은 1860년대 프라이(Frye) 부츠에서 나온 하니스 부츠(미국 기병대들이 사용했다) 그리고 1930년대에 치페와에서 나온 라이딩 부츠에 발목 통을 파이프 같은 모양으로 만든 모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전 모델들을 기반으로 1939년 웨스코에서 엔지니어 부츠를 내놓는다.


왜 엔지니어냐 하면... 증기 기관차에서 석탄 넣는 파이어맨 용이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바로 그 엔지니어다. 스티치를 최소화 하고 끌어 올려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이 뜨거운 석탄, 튀는 불꽃, 그리고 작업지 주변의 날카로운 것들이 많은 환경에서 딱 사용하기에 좋았다고 한다. 


이게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내용(링크)인데 혹시 예전에 실제로 사용하던 모습 사진 같은 게 있을까 하고 찾아봤지만 못찾았다. 또한 비슷한 시기 영국 등 유럽에도 증기 기관차가 있었을텐데 거기서는 뭘 썼을까? 그리고 기관사는 혹시 다른 부츠가 있었을까? 등등의 의문점들이 생겼지만 다음 기회에 찾아보기로 하고...


어쨌든 저 부츠가 나온 이후 오레곤(웨스코가 거기에 있다, 1918년 그 동네 벌목공 용 부츠를 만들면서 장사를 시작했다)의 용접공 등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불꽃이 튀고 뜨겁고 주변에 쇠 등 금속이 많을 거라는 점에서 엔지니어와 뭔가 비슷한 환경이다. 


하지만 엔지니어 부츠는 각종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다가 2차 대전 때 군화가 본격 등장하면서 그쪽으로 수요가 많이 넘어간다. 뭐 아무래도 많기도 하고 부츠 회사들도 군화를 많이 만들었을테니까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많이 썼겠지.




2차 대전이 끝난 이후부터 엔지니어 부츠는 서브 컬쳐 쪽에서 인기를 끈다. 우선 1945년 전쟁이 끝난 이후 돌아온 전역 군인들 중에 오토바이를 취미로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았는데(사실 이게 수많은 연관 패션 아이템들을 만들어 냈다) 그들이 이걸 매우 좋아하게 된다. 역시 끈 같은 걸로 혹시 기계 어딘가에 걸릴 염려도 없고, 발 주변에 뜨거운 것들로부터 보호도 되고 길기 때문에 혹시 넘어졌을 때 다칠 가능성도 줄어든다. 지금도 여전히 엔지니어 부츠라면 모터사이클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청바지 이야기 하면서 더 와일드 원의 말론 브란도와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둘 다 엔지니어 부츠를 신었다. 말론 브란도는 웨스코, 제임스 딘은 치페와라는 이야기도 있고 웨스코라는 이야기도 있다. 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엔지니어 부츠는 1950년대 아메리칸 그리저 등 바이크 컬쳐와 함께 한다. 또한 영화 덕분에 십 대의 반항 아이콘이기도 했다.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



그리고 1960년대 이후 게이 레더 서브컬쳐에서도 이 부츠를 많이 신게 된다. 그리고 스킨헤드들도 이 부츠를 좋아한다. 하여간 가죽을 좋아하는 계열에서는 다들 좋아하는 듯. 



여튼 그렇게 해서 이 부츠는 오랜 시절 많은 이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지금도 남녀 모두에게, 특히 부츠를 신고 싶은 데 끈을 묶었다 풀었다 하는 게 싫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쓰다 보니까 내년이 웨스코 100주년이구나. 프라이는 1863, 치페와는 1901이니 여기 나오는 부츠 중에는 제일 역사가 짧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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