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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아무 거나 오래 쓰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by macrostar 2017.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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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신발은 오래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외투와 구두 같은 건 살 때도 뭔가 고장이 날 거 같은 부분이 있는지, 부품의 수급과 수리의 용이성, 자가 리페어의 가능성 같은 부분에 대해 검토해 보는 편이다. 오래 입는 게 관리 등의 측면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오래 사용해야 드러나는 뚜렷한 개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닥터 마틴 부츠를 3년, 5년, 10년 썼을 때의 경험과 느낌 같은 건 아무래도 달라진다. 


그렇지만 아무 거나 이렇게 오래 쓰면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양말이나 속옷 같은 건 정기적으로 갈아 치워 버리는 게 좋다. 옷 뿐만 아니라 치솔, 행주, 수세미, 샤워 퍼프, 면도날 등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습기 많이 차는 천 종류 쪽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래 사용한다고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옛날부터 행주나 수세미 삶을 시간에 푹 쉬고 그 힘으로 돈 벌어 새 거나 일회용을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 왔는데 얼마 전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다(링크). 치솔처럼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들은 반복 일정으로 교체 스케줄을 넣어 두면 상당히 편하다. 별 생각 없이 바꿀 때 됐을까 하면 이미 시간이 꽤 흘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여튼 이런 저런 조건들을 고려하며 오래 쓸 것 관리, 정기적 교체가 필요한 것들을 분리하고 관리하는 등등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물건 등을 관리하는 데 아직까지 방법을 못 찾은 게 물론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우산이다... 우산을 1년 365일 매일 들고 다니고(비 맞는 건 괜찮은 데 가방 안이 젖을 가능성이 있는 게 싫다) + 가방에 따로 우산 보관 부분이 없고 = 짧은 수명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사용하면 꼭꼭 말리고 이런 거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들고 다니는 게 문제다. 휴대용 비옷 같은 것도 생각해 봤지만 대중 교통 이용 +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보통 습하고 더운 계절이라는 조건에 비옷은 맞지 않는 거 같다.


그래도 올리브 영이나 유니클로에서 구입해 1, 2년은 넘게 쓰긴 하는데(올리브 영 쪽을 더 오래 쓴다, 사실 훨씬 더) 버리고 새로 살 때마다 이렇게 생긴 걸 이 정도 밖에 못쓰면 안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찾아보니까 하드 캐링 케이스가 있는 우산 같은 것도 있던데 그런 게 해답인 걸까... 여튼 아침에 비가 왕창 내리는 데 우산 아래로 물이 계속 쏟아져서 해보는 이야기... ㅜㅜ




PS 1/

옛날 면 종류 옷이나 제품들은 세탁할 때 다듬이질도 하고 삶고 뭐 이런 일들이 필요했는데 요새 옷들은 대부분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레플리카 청바지나 유니클로 티셔츠만 봐도 알 수 있듯 요새 옷감은 훨씬 얇고 섬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약하다. 대신 훨씬 착용감이 좋다.


PS 2/

아주 오랫동안 사용한 구두가 있는데 더 오래 사용하고 싶지만 불가능해졌다. 교훈을 하나 남겨 놓자면 반드시 구두 주걱을 사용할 것. 밑창은 교체가 가능하지만 뒤축, 앞축이 무너지면 복구에 품이 너무 많이 들게 된다.


PS 3/

수선해서 오래 사용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닥터 마틴 밑창 교체하는 비용이(그것도 정품 아니고 대체품으로, 공식 수입사 아니고 수선집에서) 상태 괜찮은 중고 구입가 보다 높거나 혹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후자는 아무 때나 덥석 살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다. 닥터 마틴의 경우 영수증이 없으면 해주지 않고(산 지가 대체 몇 년인데..) 요새는 밑창 전체 교체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음... 여튼 뭔가 정말 오래 사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AS 커버리지가 넓고(20년이 지난 후 AS가 필요할 수도 있다, 유료 / 무료가 문제가 아니다), 정식 부품을 수급해 오피셜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의 제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영국 닥터 마틴도 얼마 전부터 닥터마틴 포 라이프(링크)라는 라이프 타임 개런티 서비스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이런 식으로 뭔가 계속 변하고 없던 걸 만들고 있던 걸 없애고 하는 곳은 그다지 믿을 만한 곳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구두와 수선이라는 기본 절차는 수 십 년 동안 전혀 바뀌지 않았다. 자기네 제품을 샀고 오래 쓸 생각이 있고 비용도 부담하겠다면 원래의 모습에 입각해 고쳐 준다는 간단한 원칙 사이에 뭔가 이것저것 끼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맞는 태도가 아니다.


PS 4/

어퍼에 구멍난 걸 이렇게 고치는 사람도 있더만(링크).


PS 5/

최근의 닥터 마틴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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