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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여성용 빈티지 리바이스 701 이야기

by macrostar 2017.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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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릴린 몬로의 JC 페니 청바지 이야기(링크)를 하면서 리바이스 701 이야기를 언젠가 하겠다고 했는데 이참에 한 번 써본다. 빈티지 류에서 아무래도 시장이 크고 오랫동안 인기를 끈 게 501이긴 한데 남성 옷이 중심이다. 물론 501 특유의 레귤러 스트레이트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나름 오묘하고 복잡한 청바지 트렌드의 조류 속에서 설 자리가 잘 생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차라리 일반적인 기준의 리바이스 빈티지가 아니라 80, 90년대 나왔던 501 쪽이 특유의 모양에 페이드 된 디스트레스드 타입으로 더 인기가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리바이스의 빈티지라고 하면 1978년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유는 인디고의 색과 탈색 때문이다. 이제는 나름 세계화 된 일본식 용어로 말하자면 66전기까지다. 하지만 이게 모두다 귀해지면서 셀비지 여부 기준으로 조금씩 바뀌면서 66후기(1978년부터 80년대 초까지 나온 셀비지 데님으로 된 501) 이 정도까지는 빈티지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오늘은 701 이야기.





701은 1930년대 쯤에 처음 나왔는데 최초로 등장한 여성용 5포켓 청바지다. 뭐 청바지 쪽으로는 리바이스에서 한 일이 어지간하면 다 처음이긴 하기 때문에... 여튼 701은 하이 웨이스트에 스트레이트 버전에 비해 엉덩이 - 허벅지 라인이 조금 더 강조가 되어 있는 스트레이트 버전 청바지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지겨운 스키니, 슬림의 시대가 제발 좀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렇다면 좀 더 레귤러, 와이드한 타입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런 시대가 잘 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벽을 좀 더 용이하게 뚫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역시 테이퍼드가 아닐까 싶다. 와이드 만큼 아직은...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고 그러면서도 좀 신선한 룩이기 때문이다. 뭐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고 유니클로는 여전히 슬림 시대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에 시가렛(링크)이라는 이름이 붙은 라인을 출시하기도 했고 오디너리 핏츠 같은 브랜드의 편한 엉덩이 - 강력한 테이퍼드 핏도 (아직은 남성 쪽에서 더 인기가 있는 거 같지만) 몇 년 전부터 반응이 오고 있다. 


여튼 오래된 모델이기 때문에 시대별로 501과 비슷한 흔한 디테일 차이들이 있다. 기본 테마는 같다고 하지만 핏도 시대별로 꽤나 달라지고 30년대에는 신치 백이 붙어 있었고, 빅 E도 있고, 역시 1978년 기준으로 색이 바뀌고 80년대 들어서는 셀비지가 사라진다. 아직 90년대 초부터 득달같이 달려들어 청바지 오타쿠들이 다 뜯어본 501처럼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여튼 뒤적거려보면 이상한 게 많이 나오는 바닥이다.



참고 빅 E : 리바이스 청바지 주머니 옆에 보면 빨간 탭이 있는데 1971년 기준으로 그 전에는 LEVIS 였고 그 이후는 LeVIS다. 그래서 앞을 빅 E, 뒤를 스몰 e라고 한다. V 생김새 따라 또 바뀌는 게 있는데 그게 궁금할 정도면 이미 알고 있겠지... 




LVC에서 2014년인가 리바이스 레이디 진 80주년 기념으로 701 레플리카를 내놨다. LVC 최초로 나온 여성용 모델이기도 하다. 1934년에 리바이스 레이디 진이 처음 나왔는데 사실 1918년인가부터 여성 라인을 따로 내놓고는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정식 출시가 1934년이니까 그거 기준으로 한 거 같다. 


어쨌든 LVC 출시 701이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가 워낙 많아 나오면 금방 팔리고 있다는 거 같다. LVC의 701은 1950년대 쯤 모델을 기준으로 복각한 제품이고 기본 쉐이프에 10온스 데님(얇은 편이다), 지퍼 플라이, 히든 리벳, 빅 E, 셀비지 데님 등이 특징이다.



일본 LVC에서 내놓은 예시 사진. 





이것은 디테일. 면 100%, 리지드 데님의 약점인 뻣뻣함을 얇은 온스로 대응한 거 같다. 정가가 2만엔 조금 넘는 거 같다.




어떤 쇼핑몰에 올라와 있는 착용 샷(링크).




701은 물론 요새도 나오고는 있는데 굳이 더 비싼 레플리카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오리지널 빈티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물론 그 디테일의 차이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역시 페이딩이다. 일본 청바지 사이트에서 종종 볼 수 있듯 빈티지 제품들은 원단 차이도 있고 특유의 "박력 넘치는" 탈색 경향을 보인다.


뭐 701도 501 정도는 아니지만 빈티지 제품들은 가격이 꽤 되는데 그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면 상당히 귀찮고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하고 뭐 이런 세상이 등장하기 때문에 골동품을 찾아내고 발견하는 기쁨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면 딱히 권할 만한 일은 아니긴 하다. 그리고 청바지란 기본적으로 막 입고 막 다루는 옷이라 상태 좋은 걸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차이는 청바지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요즘의 청바지는 구입할 때 이미 완결형이다. 적당한 페이드와 닳음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고 그 상태로 그냥 입으면 된다. 물론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고 또 데님 + 인디고의 특성상 또한 페이딩이 발생하지만 그걸 가능한 느리게 막아내는 여러가지 방식도 들어가 있다. 그런 게 또한 부자연스러운 페이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레플리카나 빈티지는 원래 작업복이었던 청바지의 기본적인 속성을 활용해 새로운 특성을 즐기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리지드에서 시작해 자기 만의 흔적인 페이딩을 만드는 방식을 이 시대에 즐기자는 것이므로 브랜드에서도 페이딩 컬러에 매우 신경을 쓴다. 오리지널 빈티지나 초기 레플리카는 페이딩을 만드는 데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는데 요새 유행인 헤비 온스 청바지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페이딩 자국이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레플리카 데님, 셀비지 데님 라이프의 본격적인 즐거움의 반 정도가 자연스러운 탈색,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 만들어 내는 탈색을 보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탈색된 데님을 구입하는 건 특유의 컬러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빠진 느낌이다. 그렇지만 탈색이라는 것도 상당히 귀찮은 일이므로 그런 거야 뭐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래도 찾아보면 이런 게 나오긴 한다. 1950년대 중반에 나온 701 모델. 가운데 벨트 루프가 중앙에 있지 않고 약간 왼쪽에 있다. 오프셋이라고 한다. 저 부분이 두꺼워서 재봉질 하기 어려워서 저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뭐 딴 데는 하는데 저기라고 못하랴라는 생각이 좀 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판매했었는데 요새는 모르겠다. 지금 홈페이지에는 없다. 어쨌든 701에도 관심을 가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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