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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바지를 잘라 보았다

by macrostar 2017.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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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지 자르고 바느질 하고 이런 거 나름 자주 하기는 하는데 기본적으로 DIY 싫어하고 그런 일은 직업인에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뜯어진 거 수리하는 정도지 모양은 고치지 않는다. 하지만 애매한 것들이 좀 있는데 예컨대 체인 스티치 수선을 하는 데 1만 5천원~2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 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링크). 하지만 컷 오프 같은 건 돈 주고 할 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뭐 아티스틱한 곡선을 가진 끝 마무리 같은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지 모르고 그런 거에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옳겠지만 그 정도로 거창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만약 잘 알고 자주 가는 수선집이 있거나 저 분야 종사자 친구가 있다면 저런 것도 맡길 생각이 있는데 그런 집도 못 찾았고 인간 관계도 매우 좁다. 예컨대 얼마 전 바지에 패치 하나를 붙이자는 결심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문제가 되는 게 꽤 많다. 붙일 천이 어떤 건지, 고정하는 실은 어떤 두께 어떤 색, 박음질하는 방식은 어떤 모양 등등 여러가지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 결국 수선집을 물색함 - 가봄 - 천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음(아예 없었다) - 직접 하지 그래 라는 말 들음(재봉틀 없고 쓸 줄도 모르고 어설픈 손 바느질의 불규칙한 모습에 질려 찾던 참이다) - 천을 구하자 - 어디서 - 뒤지고 다님 - 구함! - 이걸 그냥 내가 손으로 할까 / 그래도 재봉틀로 휘리릭하는 게 좋지 않을까 등등을 거치다 이미 지쳐버렸다. 



이런 걸 어디서 잘 상담하고 괜찮은 조합을 고른다고 했을 때 적절한 비용은 과연 얼마인가도 문제다. 아무리 생각해도 몇 천원 짜리인데 여기는 이렇게 저기는 저렇게 이야기를 하자니 이 정도 품의 일이라면 구구절절 설명하는 동안에 재봉틀 사서 내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말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재봉틀은 사자니 비싸고 둘 곳도 없으니 어딘가 동전 넣고 쓰는 셀프 재봉방 같은 게 있다면 좋겠다.



여튼 바지를 잘랐다. 이건 뭐 그냥 가위로 자르면 되는 거라 뭐 별 다른 건 없다. 다만 지향점이 몇 가지 있다.





참고한 모습은 위 둘인데 사실 첫 번째 사진의 모습은 몇 번 입고 세탁하고 하면 너덜너덜해지고 그런 걸 잘라 내면 아래 모습이 된다. 개인적으로 통제 불능 타입으로 너덜너덜한 건 남이 입고 있는 거 보기는 괜찮아도 내 몸에 붙어 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 방향은 아래로 잡았다. 또한 두 번째 방향에서도 저렇게 일자로 자르는 사람도 있고 불규칙하게 자르는 사람도 있다. 요새 자주 보이는 컷 오프는 불규칙한 모습이다.



그리고 셀비지 데님의 경우에는 끝 부분이 빳빳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자른다면 마무리 공정을 좀 해줘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거 할 때는 보통의 와이드 데님 쪽이 더 쉽다. 셀비지 아니면 안 입는다든가 사이드 삼선이 나와야 청바지지! 라고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문제다.



유튜브에서 뭔가 보고 했는데 못 찾겠다. 별 거 없고 바지를 적절한 선에서 자른 후 끝 부분을 커터 칼로 문질러 준다. 그러면 실이 막 튀어 나오는 데 그걸 나중에 잘라준 다음 세탁기에 돌린다. 그 다음에 튀어 나온 걸 다시 잘라 준다. 먼지, 실밥이 많이 날리므로 청소하기 쉬운 공간에서 하길 권한다.




그래서 이런 모습이 되었다...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귀찮아서 커터 칼 문지르기를 하다 말았기 때문에 끝 부분 올이 목표보다 좀 조악한 모습이 되었다. 뭐 그건 입고 다니다 보면 계속 풀릴 테니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결정적인 문제는 굉장히 오랫동안 안 입었던 바지라 잊고 있었는데 이게 상당히 두껍다. 14온스는 분명 넘는다. 막상 입고 나와보니 이거 정말 괜찮을까 싶은데 결론적으로 매우 두꺼운 여름 바지가 하나 생겼다... -_- ㅜㅜ 겨울에도 컷 오프를 입는 사람이 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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