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옷의 즐거움

청바지의 레드 탭 이야기

by macrostar 2017. 6. 28.
반응형

리바이스의 레드탭은 백포켓 스티치와 함께 리바이스 청바지의 상징 같은 역할을 했다. 저게 없으면 뒷 모습이 어딘가 심심한 감이 있다. 여튼 리바이스 고유의 방식이므로 종종 미국 리바이스가 레드탭을 도용한 다른 청바지 회사에 소송을 걸었다는 류의 뉴스(링크)를 볼 수 있다. 




리바이스의 빅E와 스몰e. 저것 뿐만 아니라 e자도 조금씩 다른 게 있고 V자도 뭔가 다르고 반대편이 뒤집힌 것도 있고 제대로 인 것도 있고 하여간 꽤 여러가지가 있다.


처음에 일본에서 레플리카 청바지를 내놓기 시작했을 때 인기가 있던 건 47이나 66모델이었고 당연히 레드탭과 백포켓 스티치가 들어가 있었다. 아주 초기 모델들을 보면 리바이스랑 거의 비슷하게 만들었었고 그러다가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좀 다르게 생겼는데 실을 뜯어내면 리바이스의 갈매기 스티치가 된다든가 하는 장난 혹은 임시방편을 동원했다. 



따지고 보면 공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엄연히 대안 모조품을 만드는 일이었고 그러므로 예전에 뉴스에서 본 이태원에서 파는 가짜 샤넬 가방에 동그라미 두 개 로고가 붙어 있다가 어설프게 생긴 부분을 딱 떼어내면 샤넬 로고가 나온다든가 아니면 동대문인가 아예 노스페이스 같은 브랜드 로고 자수해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세계 데님의 중심이 되었다는 이야기니까 뭐 카피도 태도에 따라 희망이 있다고 해야 할까...




옛날 에비수(지금은 EVISU인데 예전에는 EVIS였다, 리바이스에서 L 뺀거다)의 경우 위 사진처럼 L자리만 빠져 있었다. 슬쩍 보면 잘 모르게 만들어 놓은 건데 이게 부흥하면서 물 빠지는 컬러만 보고도 어느 레플리카 브랜드 인지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는 시대가 도래해 버렸으므로 저건 일종의 구색이 되었다.




요새는 염가형 나일론을 쓰지만 제대로 만든 레플리카는 레이온 같은 걸 쓰는데 청바지가 세월과 함께 경년 변화를 겪으면서 위 사진처럼 쪼그라들게 된다. 리바이스의 경우도 예전 빈티지를 보면 부들부들한 레이온이었는데 요새는 빳빳한 나일론이다. 여튼 저렇게 쪼그라든 걸 빈티지의 분위기라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드님 같은 경우 위 사진처럼 R자만 보이게 해놨었다. 양 옆으로 뭔가 적혀 있지만 잘 안보이는데 DENIME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식으로 꼬부라졌을 때 모습을 노린 브랜드들이 사실 더 많았던 거 같다. 



그러다가 리바이스 재팬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자 레드탭과 백포켓 스티치를 빼거나, 다른 모양으로 대체하거나 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계속 나오는 브랜드들도 몇 군데 있는데 웨어하우스랑 풀카운트 같은 곳들은 계속 붙어 있지 않았나 싶은데... 무슨 계약을 맺은 게 아닐까.





풀 카운트의 레드 탭 같은 경우 R만 적혀 있는데 사이즈가 좀 작아서 나름 귀엽다.






블루 블루나 PBJ 예전 모델의 경우 길쭉한 블루 탭이 붙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청바지라는 게 파란 색이라 같은 블루 계열의 탭이나 셀비지 라인을 뭔가 재미가 없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티치 등은 따뜻한 색 계열이 들어가 있는 게 좋다. 다만 오렌지 탭은 리바이스 덕분에 염가형 느낌이 좀 나기도 하고 그 오렌지 컬러도 별로 예쁜 색도 아니고 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실을 옐로우에서 오렌지로 바꿔놓고 탭도 오렌지를 넣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생각 없는 거 같잖아...




드님의 경우 백포켓 스티치는 초기부터 없었지만 레드탭은 나중에 사라졌다. 그렇잖아도 작은 주머니에 노 스티치라 허전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또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여튼 하야시 요시유키가 나가고 나일론인가에 인수된 이후 드님은 종합 브랜드로 거듭나면서 레플리카 브랜드로서 포지셔닝을 잃어버렸는데 요즘 들어 약간 다른 기운이 감지된다.



여기에서 보면 알겠지만 66모델의 레드탭이 부활했다는 소문이 있다(링크). 하지만 공식 홈의 66, 66XX는 예전과 그대로라 잘 모르겠는데 최근 생산분부터 레드탭이 달려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링크의 쇼핑몰에도 레드탭이 부활했다고 적어놨다.



그리고 또 하나는 드님 직영 매장에서 중고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웨어하우스도 비슷하게 중고 제품을 팔고 있었는데 드님이 레플리카 메인스트림 계에서 한참을 떠나 있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뭔가 다시 이것저것 해볼까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다. 예전에 여기에 쓴 적도 있듯 초중기 드님의 66을 꽤 좋아하는데(링크) 올디스 냄새가 물씬 나서 다들 주목하던 47이 아니라 보다 현대적인 66을 선택했고 그게 하야시 요시유키의 청바지에 대한 더 큰 시선(링크)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짧고 언더 사이즈로 입는 건 47 같은 타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튼 66형 청바지로 유명한 곳이라면 역시 하야시 요시유키가 나와서 만든 레졸루트가 있는데 드님이 다시 레플리카에 주목한다면 과연 이 두 브랜드의 지향점에서 어떤 차이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질 지 꽤 기대가 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