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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2018 봄여름 남성복 패션쇼에 대한 단상

by macrostar 2017.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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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성복 패션쇼라는 게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에 고만고만한 것들만 잔뜩 나오기 마련인데 스트리트 패션이 메인스트림에 자리를 잡고 젠더리스 등의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래도 좀 복잡다단해 졌다. 이번 시즌은 그 혼란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 그게 패션위크의 매력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이기도 하다 - 남성용 스커트와 원피스가 잔뜩 나온 톰 브라운의 쇼도 있었고 그 반대 쪽에는 칼하트의 워크웨어를 그대로 살린 준야 와타나베의 쇼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2018 SS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조류는 말하자면 안티 패션이다.



 



차례대로 줄리앙 데이빗, 발렌시아가, 겐조. 사실 겐조는 웃기긴 하지만 약간 다르긴 한데...



여튼 예전에 마크 제이콥스가 안티 패션을 들고 나왔을 때는 테일러드, 크래프트 같은(지금으로 치자면 재미없는) 것들이 엄연히 주류를 이끌고 있었고 그 속에서 안티 패션은 나름의 포지셔닝을 잡을 수 있었고 그런 만큼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파괴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예컨대 테일러드의 조류를 매우 적극적으로 비웃고 있다. 이건 스트리트 패션의 중흥과 궤를 함께 한다고 할 수도 있고 또한 반지식 같은 시대의 조류와 함께 하고 있기도 하다. 뭔가 열심히, 딱 떨어지게, 잘 만드는 것 등 생산의 영역 그리고 시크한 핏, 컬러의 조화 등 소비의 영역 모두를 형해화시키며(비웃는다고 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트렌드로 만들어 내고 있다. 아니 이미 트렌드인 것에 부응하고 있다.



즉 웃기고, 요란하고, 갖춰지지 않음을 과시하고 소위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스타일링을 모방한다. 물론 저런 걸 입으려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고 저 정도의 가격을 패션에 쓸 수 있다는 건 어지간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저런 옷을 입는 다면 자신의 맥락 안에서 호소하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다. 이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다. 



이런 식으로 패션에 무관심 함을 가지고 패션을 만들어 내고 패션에 관심을 가짐을 따분한 짓으로 만들어 간다. 그래 다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지 않은가. 옷은 보면서 웃는 데 쓰고 티셔츠와 운동화나 사라. 이런 태도의 문제는 스트리트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워크웨어 브랜드 좀 더 나아가 관광지 시장의 옷 가게와 하이 패션의 차이점을 아주 적극적으로 희석시키고 있다는 거다. 즉 존재 의의 자체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데 그게 유일한 살 길이라고 생각하는 걸 지도 모른다. 어쨌든 티셔츠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예전 중산층이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앞으로 전무하다는 전제를 두고 생각해 보자면 이 길의 다음 정류장에 과연 뭐가 있을 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부실한 본문의 내용을 댓글에 조금 보충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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