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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와의 전쟁

by macrostar 201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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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참 싫다. 방바닥 구석에, 컴퓨터 모니터 위에, 키보드 구석에, 책상과 책장 곳곳에 귀신같이 내려와 앉아있는 걸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진다. 워낙 먼지가 많은 동네에서, 바깥과 안의 경계라고는 얄팍한 콘크리트 더미 뿐인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이는 족족 물걸레나 빗자루로 쓸어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은 애초에 이길 수가 없다. 알맞은 만큼은 괜찮다라고 해도, 이건 도가 좀 지나치다. 토요일 오후 동부 간선 도로와 비슷한 정도의 먼지량이 매일 내 주변을 덮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반쯤은 포기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옷 위에 앉아있는 작은 돌들(접혀있는 바지에 딸려왔다가 종종 자리를 잡는다)을 슬쩍 털고 말고, 쌓여있는 먼지들도 마치 못봤다는 듯 지나치고 만다.

 

 

이런 걸 얻었다.

 

컬러가 너무 생경하고 강렬해서 Faded 기능을 이용해 살짝 숨을 죽였다. 아주 선명한, 개인적으로 '음탕한 핑크'라고 이름을 붙인 색이다. 왜 이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냐면, 밤 10시쯤 동묘역에서 동대문까지 거리를 지나가다가 바로 이 컬러의 간판들이 무수히 걸려있고, 거기에 '성인 용품 판매'라고 적혀져 있는 모습을 본 적 있기 때문이다.

 

컴컴한 밤에 생경하게 떠 있는 이 핑크들을 보며 참으로 음탕한 색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참고로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Garmin이라는 GPS, 내비를 노키아 폰을 사용할 때 쓴 적 있는데, 그 내비에서 가야할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도 바로 이 컬러다. 음탕한 핑크가 안내하는 마이 로드, 느낌이 좋다.

 

 

 

뭐 보면 금방 예상할 수 있겠다시피 원리는 간단하다. 정전기가 쩌는 나일론 덩어리 벙어리 장갑을 손에 끼고 먼지가 있는 곳들을 쓱쓱 문지른다. 그럼 막 달라붙는다. 그런 다음에 장갑을 빨면 된다. 물론 접혀있는 바지에 딸려 온 작은 돌 같은 건 달라 붙지 않는다. 머리카락도 은근히 안붙고, 종이 조각같은 것들도 안된다. 하지만 회색빛 먼지와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한다.

 

장갑 끝부분의 탭에는 sadco, onewipe, dusting mitt 같은 영문을 모르겠는 단어들이 적혀있다. 내구성은 아주 좋은 편이다. 고장이 난다면 어디서 날 지도 예상이 안된다. 어디서 파는 지도 모르겠다. 혹시 필요하다면 (그다지 깔끔하지 않은 거리를), 그냥 돌아다니다 눈에 띄면 사면 된다. 뭐, 이 바닥이 보통 이렇다.

 

수면 바지랑은 다른 재질이지만 그거 낡은게 있다면 그걸로 만들어도 별 다를 건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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