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옷의 즐거움

레플리카 데님의 몇 가지 디테일 - 크로치의 뒷면

by macrostar 2017. 1. 14.
반응형

어제 뒷주머니 이야기(링크)에 이은 2편이다. 제목만 보고는 저게 뭔지 아무도 모를 거 같은데... 청바지로 치면 지퍼 플라이, 버튼 플라이의 후면을 말한다.


이거의 뒤쪽...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레플리카 청바지의 완성도(=얼마나 원본과 비슷하게 복제했냐)를 판가름하는 장이기도 해서 많은 마니아들이 저 부분을 들춰본다. 이렇게 말해봐야 별 거 아닌 건 맞는데 사실 저 뒷면의 처리가 2차 대전을 중심으로 그 전과 전쟁 중, 그 후가 조금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저 동그라미 친 부분이 끝까지 바느질이 되어 있는 게 있고, 뾰족한 타입으로 접혀있는 게 있고, 댕강 잘라져 있는 게 있다. 정말 쓰잘데기 없는 세계처럼 보이지만 일단 복제를 한다고 나선 브랜드가 이왕 복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부분까지 검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잣대가 될 수는 있다. 뭐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할까... 



 

예컨대 2차 대전 중 나온 리바이스 501의 레플리카를 만든다면 위 사진의 제품처럼(사무라이 진의 S3000VX라는 제품이다) 기본적으로 단추는 도넛이고, 동전 주머니에는 리벳이 없고, 비익의 뒷면은 저렇게 싹둑 잘려 있는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거다.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디테일이 몇 가지 더 있다. 참고로 유니클로 셀비지 청바지는 저기 어딘가 꿰매놓지 않은 빈틈이 하나 있어서 손가락이 통과되었는데 요새는 그 부분을 처리했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저건 바깥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입고 다니는 사람 본인이나 알 만한 부분이고, 사실 똑같은 바지를 10년을 입어도 화장실 양변기에 앉아 심심해서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깨닫는 일이 없는 한 대부분은 아마 전혀 모를 그런 디테일이다. 


혹시나 나중에 심심하면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고 오늘 이야기하려는 버튼 다운의 뒷면은 위에 까만 동그라미 그려져 있는 사진에서 바로 위 노란 실 네모 부분이다. 저건 그래도 바깥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뭔가 다른데?"라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높다. 



이게 가장 평범하고 많이 만날 수 있는 형태다. 아래 두 개의 다른 예에 비해 품이 조금이라도 적게 들고 요즘은 이 정도 처리로도 충분하다. 삼각형 모양으로 지나가는데 저 실을 쭉 따라가 보면 발끝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허리 부분 스티치에서 끝난다. 여튼 안 쪽이 저런 모양으로 되어 있으면 바깥에서 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저 부분은 청바지 안에서 나름 여러 곳이 만나는 부분이고 또한 취약한 부분이라 저런 주걱 같은 모양의 스티치가 결과적으로 나온 가장 효율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예전에는 그냥 리벳을 펑하니 박아버렸다. 아주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처리 방식이다. 하지만 카우보이들이 비박을 할 때 모닥불을 쬐면 저 구리 부분이 달궈져서(알다시피 구리는 매우 효과적으로 열을 전달한다)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 없어졌다는 유명한 소문이 있다. 에비수의 경우 저 부분 리벳(크로치 리벳)을 아주 좋아해서 어느 시대 모델을 복각해도 거의 무조건 들어간다. 엉망진창이라고 할 수도 있고 뚝심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저게 싫으면 에비수 안 입으면 되는 거니까.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첫번째로 나온 삼각형 주걱 타입과 비슷한데 집중적으로 스티치를 해서 보다 튼튼하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리벳의 대용품이라고 할 수 있다. 리바이스 66모델의 영향을 받은 제품들이 저런 식으로 해 놓은 게 많다.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는 한 잘 보이진 않는데 그래도 분명 다르긴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입으면...


이렇게 색이 다 빠져도 스티치 부분은 도드라지게 남는다.



여튼 이런 식으로 크로치 부분을 처리한다. 약간 더 극단적으로 가면


 

이렇게 까지 하는 곳들도 있다. 아주 옛날 와일드 웨스트의 느낌이 물씬 나기는 하지만 저런 건 혼자 말타는 데나 쓰지... 같은 타입인데 오른쪽엔 리벳도 박아 버렸다. 참고로 저렇게 한다고 무조건 튼튼해지기만 하는 건 아닌게 언제나 약점은 가장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심심할 때 한번씩 가지고 있는 청바지를 한 번 뒤집어 보시길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