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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에잇 세컨즈 + 지디 콜라보 구경기

by macrostar 2016.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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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세컨즈 + 지디의 콜라보 컬렉션을 구경하고 왔다. 상품군은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다 출시된 건 아니고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거 같다. 전체적인 구성은 에잇세컨즈 + 지디 콜라보 라인이 있고 지디스픽이라는 이름으로 지디가 찍은 제품 라인이 있다. 이게 막 섞여 있어서 매장에서 볼 땐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던데 일반 제품과 구별되게 라벨이 다르다. 그리고 지디 이름이 들어가 있는 두 가지 컬렉션 사이에도 가격 차이가 좀 난다. 예컨대 프린트 같은 게 없는 심플한 트러커 데님 재킷의 경우 지디스픽이 79,900원, 콜라보가 99,900원이다.



매장 디스플레이. 메세나폴리스다.


이 컬렉션을 궁금해 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에잇세컨즈는 지금까지 대형 SPA 계열 브랜드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무취향의, 대체 어딜 향해 가는 건지 그리고 시즌 컬렉션이 어떤 목표의 결과물인지 잘 알 수 없는 컬렉션을 전개해 왔다. SPA라면 싸고 괜찮으면 된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아무 거나 싸다고 팔리는 시대는 절대 아니다. 유니클로도 H&M도 망고도 자라도 브랜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명징한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에잇세컨즈는 라이벌이 두타도 아닌 거 같고 밀리오레나 평화 시장인가... 하는 어렴풋한 이미지만 떠오른다.


그런 시점에서 지디처럼 스타일리시한 아이콘과 함께 만드는 컬렉션은 꽤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 H&M의 칼 라거펠트 콜라보, 유니클로의 질 샌더 콜라보는 두 브랜드 모두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여기에 지드래곤의 이름도 있으니 어지간히 트렌디하게 만들어 놓고 일만 조금 잘 풀리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스타일리시한 아이콘인 지드래곤이 펼쳐 보이고 싶은 패션 세계도 궁금했다. 멋진 스타일을 구가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는 남의 옷만 입은 거고 관심의 수준을 보면 패션 쪽에서 뭔가 하고 싶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패스트 패션이라지만 그래도 자기 이름을 달고 나오는 콜라보인데 어느 정도 콘트롤하고 반영했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 컬렉션이 나오기 전 티저를 보면 요새 유행하는 고딕 폰트, 패치들, 고딕 힙합의 느낌, MA-1이나 트러커 재킷 같은 워크웨어 / 밀리터리 아이템, 90년 대 풍 머신 워싱 등등 정말 트렌드의 한 가운데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고로 구경을 갔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건 디자인이고 뭐고 너무나 조악하다. 조악의 수준이 상상의 범위를 뛰어 넘어 있다. 아무래도 가격의 제한이 있으니 어느 정도 조악할 거라고 예상은 했고 나온 사진을 보면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있긴 한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옷과 액세서리의 모든 부분이 하나같이 극단의 소재 다이어트를 보여 준다. 정말 이해가 잘 안 갈 정도로 엉망진창이어서 혹시 이 컬렉션이 90년대 전통 시장 후미진 곳 어딘가의 리어카에서 파는 정체 불명, 출처 불명의 옷을 일부러 복각해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잠시 들었다.


면도 실도 모든 게 조악하지만 그 중에서도 트러커 재킷의 저 단추는... 나름 싸구려부터 고급 제품까지 이 옷 저 옷 보면서 살아왔지만 저런 단추는 정말 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7990원도 아니고(완성도만 봤을 때의 적정 가격을 생각해 보자면 이것도 비싸지 않을까 싶은데) 79900원이다.


여튼 대체 어쩌다가 저런 결과가 나온 건지 궁금하다... 물론 패션 콜라보 컬렉션이지만 특성상 케이팝 관광 상품의 성격도 포함되어 있을테고 그러므로 어느 정도 제작비 감량이 나올 수 있겠지만 솔직히 저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콘서트 장 앞에서 파는 굿즈로 나온 티셔츠도 저 정도는 아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SPA 계열 콜라보 컬렉션을 분명 본 적이 있을 텐데 왜 저런 결과물을 내놓은 걸까.


어쨌든 혹시나 시간이 된다면 꼭 한 번 매장에 가서 저 컬렉션을 여기저기 들춰보고 촉감과 무게감 같은 걸 느껴보길 권해 본다. 가능하면 입어보는 것도 좋을 거다. 이 옷을 경험해 보는 건 앞으로 옷과 함께 하는 인생에서 나름 소중한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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